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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레바논 감정 최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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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유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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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부드럽게 목덜미에 그렇게도 다정하게 귓불에

그러다가 갑자기 낚아채듯 날렵하게

햇빛이 발꿈치를

햇빛이 발꿈치를 쫓아와 물어뜯어

 

몸을 피해도 쫓아오고

캄캄한 방에 갇혔는데도

햇빛이

하백의 딸 유화의 허벅지로

어찔어찔하게

 

햇빛과 자고 하백의 딸

닷 되들이만 한 알을 낳아

그 알을 내다 버려도

뭇짐승이 핥고

아지랑이의 깃털이 덮어주어

으앙하고 한 아이가 알에서 걸어 나왔듯

 

너 깜깜절벽 꽝꽝 웅덩이

적막강산에 엎드려 만 번 절해라

 

그때처럼 잉잉거리게

햇빛이 벌 떼처럼 달겨들어

혼자 있는 겨울 유리창

으앙하고 또 한 아이 걸어 나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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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傳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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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등 쓸모없는 감정이 많아

솔찬히 겪었는데도 여전히

그러니까 인간적이란 말은

고통을 함께 겪는 동지에게

위로를 건네는 말

태우고 남은 기분이 얼마 없다

아이코

좋은 걸 태웠네

실수로

소모된 감상을 불러오고

지금 여기 나를 가져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