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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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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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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를 보던 경비원도 잠이 들었다

깊은 밤 인적 끊긴 도서관

 

비스듬히 채광창으로 스며든 달빛이

열람실 바닥에 두텁게 쌓인 먼지를 쓸고 지나갈 때

서가에 꽂힌 책들이 하나 둘 날개를 펴고

허공 속으로 날아오른다

 

들어봐, 사각사각 종이 씹는 소리

도서관 유령들이 차례로 책을 먹어치우는 소리야

서가와 서가 사이를 너울대며 천장에서 벽으로

문에서 기둥으로 미끄러져 내리며

텅 빈 낭하 저편 울려 퍼지는 목쉰 소리

 

이 책은 너무 맛이 없어 하지만

저 구절은 먹을 만하군 이 대목은 베낀 게 틀림없어

쉴 새 없이 투덜거리다가 때로 입맛도 다시며

밤새도록 다다를 수 없는 한 문장을 찾아

서가를 뒤지고 다니는 도서관 유령들

 

숱한 사람들이 남긴 숱한 흔적이 서서히

구겨지고 버려지고 바스라진다 가루가 된 말들이

사방에 먼지로 쌓인다

 

유령의 손아귀에서

누렇게 말라가는 종이들 벌어진 입가로 흘러내리는

채 삼키지 못한 단어들

 

보라, 모두 잠든 사이 어둠에 잠긴

도서관을 날아다니며 책들을 망각의 늪으로 불러들이는

도서관 유령이 있다

오늘도 분주하게

그 누군가 놓친 단 하나의 진실을 애써 찾기 위해

눈 부릅뜨고 책장을 넘기는 저 무서운 포식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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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곧아야 마음이 바로 선다

마음이 바로 서야 몸이 곧다

뭐가 먼저

인과를 쫓다

하루가 다 갔다

꼬리 잡는 실타래를 한 가닥씩

횡으로 펼치면 뭐라도 알게 될까

 

누우면 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