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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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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러나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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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 있으니 나는 거울의 몸이다 거울의 꿈이다 내가 제 몸이 되어도 꿈이 되어도 거울은 출렁이며 넘치지는 않는다 꿈은 보이지 않는 바닥이 바닥을 찾는 거울의 허공이 삼켰다 거울은 몸을 나누지도 않는데 내 꿈은 양쪽으로 벌린 두 팔을 접었다 폈다 한다 거울 속의 나는 딱딱한 거울이 아프지도 않다

 

거울의 구석에 있으니 나는 거울의 구석이다 거울이 벗어놓은 신발이다 내가 거울의 한쪽으로 밀려가 있으니 나는 거울의 벽이다 거울이 더 이상 파고들지 못하는 막다른 광장이다 내가 거울의 한가운데로 와있으니 나는 거울의 거울이다 거울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거울이 보인다 거울의 핵이 보인다

 

거울 속의 허공에 들어가 있으니 나는 허공의 몸이다 허공이 들여다보는 허공이다 허공이 지우고 있는 허공이다 몸이 허공의 내부인 빛과 자주 부딪친다 소리가 나지 않는 몸을 빛이 문고리처럼 잡고 자꾸만 흔든다 그러나 거울의 허공은 몸의 기억을 켜는 법이 없어 나는 소리의 깊이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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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자꾸 뜯어먹고 창자가 끊어지고 피를 쏟아내고 두개골이 깨지고 속살을 짓이기고 옆구리가 터져나가고 살덩이를 질질 흘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지

시를 쓰는 일이 어쩐지 토해내는 일이 되는

그런 시집을

펼쳐보기 전까지

어떤 생애를 자궁과 탯줄로 연결 짓는지

해석할 수 없지만 해석할 수 있다

절망을 어둠 속에 던져 넣고 희망의 끝자락을 붙잡아보려는 울부짖음이

먼 곳에서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