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쓰기, 시싸우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

대천바다 물 밀리듯 큰물이야 거꾸로 타는 은행나무야

-

 

그렇게 오는 사랑 있네

첫눈에 반하는 불길 같은 거 말고

사귈까 어쩔까 그런 재재한 거 말고

보고 지고 그립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대천바다 물 밀리듯 솨아 솨아아아아

온몸의 물길이 못 자국 하나 없이 둑방을 넘어

 

진액 오른 황금빛 잎사귀들

마지막 물기 몰아 천지사방 물 밀어가듯

 

몸이 물처럼

마음도 그렇게

너의 영혼인 내 몸도 그렇게

 


-

비밀

-

 

읽는 행위를 허락받지 못한 듯 조심스러워지는 그런 문자의 나열

 

자연스레 미간이 찌푸려지고

등줄기에 힘이 들어가는

금기의 서적을 펼쳐

 

잔뜩 긴장한 채 옹송그리며

비밀스러운 단어의 파도를 메마른 손으로 어루만지다

 

밖에서 들리는 작은 소음에도 화들짝 놀라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그런 언어를 찾아낼 때의 전율

시를 읽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