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쓰기, 시싸우기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천양희

-

불멸의 명작

-

 

누가

바다에 대해 말하라면

나는 바닥부터 말하겠네

바닥 치고 올라간 물길 수직으로 치솟을 때

모래밭에 모로 누워

하늘에 밑줄 친 수평선을 보겠네

수평선을 보다

재미도 의미도 없이 산 사람 하나

소리쳐 부르겠네

부르다 지치면 나는

물결처럼 기우뚱하겠네

 

누가 또

바다에 대해 다시 말하라면

나는 대책없이

파도는 내 전율이라고 쓰고 말겠네

누구도 받아쓸 수 없는 대하소설 같은 것

정말로 나는

저 활짝 펼친 눈부신 책에

견줄 만한 걸작을 본 적 없노라고 쓰고야 말겠네

왔다갔다 하는 게 인생이라고

물살은 거품 물고 철썩이겠지만

철석같이 믿을 수 있는 건 바다뿐이라고

해안선은 슬며시 일러주겠지만

마침내 나는

밀려오는 감동에 빠지고 말겠네

 


-

색(色)

-

 

진실이 새파랗고

거짓이 새빨갛단 말은

누가 처음 했을까

 

진실이 새빨갛고

거짓이 새파랗다고 말하면

누가

 

새파란 거짓에

새빨간 진실이

세상을 뒤적거려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