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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정말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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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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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강, 그 두꺼운
얼음종이를 바라보기만 할 뿐
저 마른 붓은 일획이 없다
발목까지 강줄기를 끌어올린 다음에라야
붓을 꺾지마는, 초록 위에 어찌 초록을 덧대랴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일획도 없이
강물을 찍고 있을 것이지마는,
오죽하면 붓대 사이로 새가 날고
바람이 둥지를 틀겠는가마는, 무릇
문장은 마른 붓 같아야 한다고
그 누가 일필(一筆)도 없이 휘지(揮之)하는가
서걱서걱, 얼음종이 밑에 손을 넣고
물고기비늘에 먹을 갈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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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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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는 게 두려웠는데
내 기억의 안위를 먼저 살펴야 했다
 
어떤 것도 온전치 않다
온전(穩全)은 오만 기만 자만 삼만의 향연
 


낮에 생각한 시를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