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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 희음

-

어루만지는 높이

-

 

계단을 오른다

멀어지는 머리를 세고

차가운 난간을 쓰다듬고

심장처럼

자신의 무게를 가늠하는

너무 익은 감처럼

 

계단을 오르며

내려다보면

내일이 오늘을 밀어내는 것이

하나가 하나를 어루만지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루만지는 시간은

맥박과 맥박 사이에도 있어

 

숨죽이지 않고도

나는 이토록 고요해져서

바람이 내는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조금씩만 밀어내기로 한다

무른 과일을 씻으며 발끝에 힘을 준다

 

소리를 불러낸다는 건

바람이 지은 계단을 당겨 오는 것

그것은 한없이 말랑하고 깊어

계단에 맞춰 흥얼거리며

나는 없는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고

 


-

소우주

-

 

가장 먼저 눈에 띈 책과 만년필

노트북과 물티슈

손목 보호대와 면봉

코스모스의 안에서 티끌에 불과할

책 거치대 인덱스

인공눈물

 

나는 이런 것들이 없이

살 수가 없는

 

내 안의 작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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