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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친애하는 사물들 이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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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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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함이란 파리들의 우정이네

같이 밑바닥을 기어본 자들의 것이지

날개가 피부든 손톱이든 간에

그 날갯짓이 경박하든 말든

그것은 떠오르는 데 도움이 되네

 

밑바닥 생활을 벗어나면 곧장 천상인 듯

날갯소리 힘차지만

한낱 파리 날개일지라도

누가 먼저 비상할 때 위험해지는 것이 바닥의 생리라네

 

바닥을 벗어나면 다른 바닥이 기다릴 뿐

껌딱지처럼 질기게 들러붙은 것이 밑바닥이지

호구에는 천상 고단함이 따르고

피곤은 업종을 가리지 않네

 

떼인 돈을 받으러 다니거나

밤길 조심해라 딸 예쁘더라

언뜻 들으면 어머니 말씀 같지만

한번 들으면 문신처럼 새겨지는 말들도 곧잘 한다네

 

상스러움과 불량기가 필수인 이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리듬인데 어딘지 뽕짝스러운 리듬은

 

건달들의 걸음걸이에 녹아 있고

흉터투성이의 순정 위에 녹아 있네

건달은 양아치와 다르다는 굳건한 믿음 위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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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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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거리에서 보고 싶은 사람이 있지 언제 어디에서 만나자 약속은 없었지만

하고 싶은 말이 무척이나 많았지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오래전부터 너를

우리 사이 멜로라면 분명 그 끝엔 내 손을 잡아줄 그 어느 날

 

기다리는 일 너와 나의 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