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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그늘의 발달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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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자꾸 웃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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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지 않아도 살금살금

아무도 없는 부뚜막에서

장독대 낮은 항아리 곁에서

쪼그리고 앉아

토란잎에 춤추는 이슬처럼

생글생글 웃는 아이

 

비밀을 갖고 가

저곳서

혼자 조금씩 자꾸 웃는 아이

 

언제였던가,

 

간질간질하던 때가

고백을 하고 막 돌아서던 때가

소녀처럼,

샛말간 얼굴로 저곳서 나를 바라보던 생의 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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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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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절에 영원히 물음표를 껴안고

언제였던가 순한 얼굴이 새파란 억울을 띄운 채

새빨개지도록 세상 떠나가라 눈물방울을 주렁주렁

 

마냥 좋았었다 그땐 그랬지 움켜쥐기엔

가시가 많아서 군데군데 상처를 입는

그래 그런 날도 있었지

 

하지만 시간이 좋은 게 무언 줄 아나

해상도가 떨어져 구석구석 낡아 헤지면

한낱 잿가루로 쉬이 보내줄 수 있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