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쓰기, 시싸우기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

-

청혼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

사랑의 모양

-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집중하면 많은 것이 보인다

보이지 않음에서 보이는 것을 찾는다

 

대놓고 사랑한다 말하는 덤덤함과 담백함 사이의 어떤 음성보다

그 마음이 너무나도 가엾고 소중해 감히 꺼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사랑의 모양이

그러한 몸짓이 내 생에 오랫동안 깊은 자국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