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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투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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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 얇은 얼음이 깨지고 있다
나의 어린 하마는 허우적대지 않는다
뿌연 얼음이 부서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어도
작은 두 귀만 수면 위에 띄워두고 사라진다
나의 어린 하마는 아마 물속에서 좋았을 것이다
유리를 사랑한 적 있다
더이상 투명해질 수 없을 만큼 투명해서
속았다
모두 다 보여주었지만 보이지는 않았다
먹구름을 사랑한 적 있다
피부를 긁어 상처나게 하는 태양을
모두 다 가려주었지만
두 발을 들고 서도 만질 수가 없었다
나의 어린 하마는
얼음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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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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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우리 무인도에 가자
아니 가지 말자
그만 흔들어
이제 그만
미련은 미련함의 약자일까
지우개로 지우고 남은 자국일까
충분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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