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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내가 나일 확률 박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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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투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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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 얇은 얼음이 깨지고 있다

나의 어린 하마는 허우적대지 않는다

뿌연 얼음이 부서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어도

작은 두 귀만 수면 위에 띄워두고 사라진다

나의 어린 하마는 아마 물속에서 좋았을 것이다

유리를 사랑한 적 있다

더이상 투명해질 수 없을 만큼 투명해서

 

속았다

모두 다 보여주었지만 보이지는 않았다

먹구름을 사랑한 적 있다

피부를 긁어 상처나게 하는 태양을

모두 다 가려주었지만

두 발을 들고 서도 만질 수가 없었다

나의 어린 하마는

얼음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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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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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우리 무인도에 가자

아니 가지 말자

그만 흔들어

 

이제 그만

 

미련은 미련함의 약자일까

지우개로 지우고 남은 자국일까

 

충분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