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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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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는 아직 운전석 옆이다
아는 얼굴부터 면허증을 주는
저쪽을 무면허로 한번 쳐들어가봐?
말똥거리다가 좌판만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팔순 할머니와 마주쳤다
아픈 풍경들을 만날 때마다 외상 긋는 일
부끄러워 황급히 차에서 내렸지만
겨우 어린 배추 한 단과 무 세 개을 샀다
마수라며 고맙다며
환히 웃는 할머니와 이제 아는 사이다
안면을 더 사고 싶은 나는 장터를 떠도는
뜨거운 눈시울들을 긴 빨대를 꼽고
빨아 마셨다 떨이로 팔아넘길 뻔했던
허기들과 神의 주머니 사정도
오늘만은 나와 아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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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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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영청 기운 달을 보며 달이 왜 별의 아이를 비추는지 생각했다 사실 낮에 마주쳤던 별의 아이를
지난밤에는 나를 보며 왜 웃지 않을까 걱정했다 오래된 기억이 아직도 너를 괴롭히는지
부끄러움이 이유라면 이제 도망치지 않아도 별의 아이는 이제 나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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