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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손가락이 뜨겁다 채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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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로 흘러가는 것이 내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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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서 당신에게로 흘러가는 무엇이 있다면, 수화기 속을 흐르는 강물처럼, 발목을 축이는 저 목소리처럼, 모른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노을이 흔드는 저녁을 달리는 차 안에 앉아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모른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당신에게서 내게로 흐른다고 해도 좋겠지요. 그러면 질투는 어디로 흐를까요? 어느 날 내 눈에서 샘솟는 것이 당신을 적시지 않고, 내 가슴에서 샘솟는 것이 비가 되어 당신 창문을 두드린다면, 번뜩 번개가 눈을 뜨고 캄캄한 밤을 깨우듯 천둥이 울부짖을 때 당신은 그의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오겠지요. 그러곤 빗방울처럼 흩뿌려놓은 낯선 글씨를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더듬어 열겠지요. 차마 모른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샘솟는 질투는 흐를 곳이 없답니다. 그래서 범람하는 질투 속에 갇혀 익사하고 말겠지요. 겨우 질투라는 것에 휩쓸려 떠내려가면 사랑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흙탕일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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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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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나에게 물었던 사랑을 아냐는 말 그 말이 뼛속 깊이 새겨졌나 봐요 난 이제 사랑이 뭔지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어요 어느 날엔 파랑새 같은 꽃잎이 물결처럼 밀려와도 의심을 거둘 수가 없어요 불신이 비롯된 원인인 당신을 내가 원망할 수 있을까요 이젠 나도 모르겠어요 사랑이 뭘까요 분명 마음을 주었다 생각했거늘 내 안의 파랑을 사랑이라 속히 전이(轉移) 시킨다면 어떨까요 나에겐 이 방법뿐이라 파랑은 또 다른 사랑 초록이 비치는 그런 사랑 진심으로 거두어주길 이게 나의 최종 변태(變態)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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