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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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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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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행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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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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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만 시가 너무 많지 않나

다 쓴 시를 찾기가 어렵다

 

불에 덴 것처럼

끝맺음도

바로 그렇게 알 수 있다면

 

그랬으면 지나간 시를

고쳐 쓸 일도 없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