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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밤의 입국 심사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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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횟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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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 입국할 때는 기록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밤의 횟수를

 

가령 검은 눈물 자국

베개를 지나

침대 밑으로 죽은 팔처럼 길게 흘러내린 밤

 

그렇게 죽음의 태도를 지녔던 첫 결별의 밤

스물한 살의 봄이었는지

열일곱 살의 책가방 든 가을 고궁이었는지

 

서른다섯 살까지는 몇 번의 태도가 있었는지

 

가장 최근에는 누구였는지

 

온 생에 단 한 번의 태도도 없었던

 

불행한 자를 제외한 누구나

 

실연의 피격(被擊)과 가격(加擊)의 횟수를

실명과 주소까지 낱낱이 기입해야

 

골목의 모양과 부피가 다른

지도를 허락하는

 

밤의 입국심사서를 써야 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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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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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기억나지 않으면

아무 사이가 되는 우리 사이

 

실연한 이들의 이름을 모조리 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