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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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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통을 앓는 행성과 자발적으로 태어나는 다이달로스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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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동산에서 만나자

 

태양의 궤도를 따라간다 북회귀선에서 손을 놓친 아이 블랙홀에 쓸려간 아이 극대기에 길을 잃지 않으려면 눈을 감아야 해

 

그날 손을 놓친 건 지구로부터 몸을 버리러 온 밤이었기 때문, 천진하게 떨어지는 아이는 무수한 천체가 되지 갈림길은 아이를 먹어치운다 사라지는 게 길이라면 해방된 아이를 묻지 않는 게 좋겠어

 

때때로 스펙트럼 행성에선 그리운 사람을 한평생 쓸 수 있는 이름이 내린다

 

편지 받았니?

 

국지성 문장이 쏟아진다 이마에 부딪히는 눅눅하고 달콤한 언어 이름은 아이가 되거나 아이들이 되었다

 

다정하게 내리는 것은 제철 햇볕을 닮아서이다 꺼내지 못한 말은 무지개에서 색을 내고 있었다

 

거짓말을 못하는구나

 

사탕 봉투에서 노란 앵무를 꺼내오렴

 

회귀선 구석에서 크레타섬이 말라간다 올리브 숲에선 한낮이 유괴되고

 

아이들은 어디에서 낡고 있을까

 

유기적으로 미로가 생긴다 미숙한 발음으로 새는 박애를 앓는다 열 달째 발육이 멈췄다 순간, 바람으로 재단되는 미궁

 

올리브 동산에서 만나자니까

 

어쩌면 궤도의 지름길을 알게 될 거야 태어나지 못한 아이가 사탕 봉투에 갇혀 있다 유산된 울음이 기운다

 

응 받았어 동봉한 노란 앵무도

 

생장하지 못한 아이는 애초에 없었다 셀 수 없는 밤과 하지 못한 인사를 기억했을 때

 

스펙트럼 행성이 쏟아진다

 

사원에서 가져온 날개를 꺼낸다 행성표류기에 적힌 고전적 얼룩을 읽을 수 있다면

 

올리브 동산으로 가자

 

구름이 행선지를 알려줄 거야

 

아이는 불가피한 귀결로 자란다 웜홀 웜홀

 

미로가 뒤틀린다 사탕을 깨물자 태양의 파장으로 스펙트럼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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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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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별에서 태어나

살고 소멸하고

 

어째선지 그날을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차라리 알았다면

달랐을까

 

저마다 다른 생사의 간격이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지는 날

 

나는 시인의 시를

붙잡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