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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빛의 이방인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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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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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빛을 이루었다.

너는 상징이 될 거야.

가지 못한 나라에서 너는 추앙받는다.

슬픔은

너의 어여쁨 아래에서 고개 숙인다.

 

어린 마음이여,

좋은 거야. 선하지. 네가 알던 것과는 다른 맛이야.

씨앗을 봐 눈감아 줄게.

본래 기쁨대로 눈뜨게 될 거야.

순수와 지혜를 가꾸며 야심 차게 살 거야.

봐, 홍채를 찢고 나오는 씨앗의 얼굴.

너의 눈도 참된 아름다움을 갖게 될 거야. 싹이 트고 단 열매가 맺힐 거야.

선악과도 자기의 씨앗을 품게 될 거다.

좋은 거야. 선하지. 네가 알던 것과는 다른 맛이야.

너는 씨앗의 사람이다.

눈을 떠라. 씨앗이 열리고 있다.

진심이 털갈이하고 있다.

 

네 뜻대로.

네 뜻대로.

 

교만이 지옥 불 같구나

매서움과 두려움을 심어 주고 싶었는데

 

벌거벗음을 알았을 때

다른 부끄러움을 알았지.

부끄러움에는 어여쁨이 있었다.

몸이 어여쁘지 않음을 부끄러워하는 네게서

새 빛을 보았다.

씨앗이 열매를 따는 손목을 깨물고

무섭고 서늘한 호기심을 맛보고 있다.

내가 지루하고 생기 없는 죄를 반죽하고 있을 때

너는 들판에서 청량한 어여쁨을 만들고 있었다.

너의 빛 한 점이 죄를 두려워하는 내 부끄러움을 비추고

좋은 거야. 선하지.

네가 알던 것과는 다른 맛이야.

새롭고 낯선 열매를 주었다.

탐스러울 때 가장 맛이 좋아.

 

씨앗과 열매는 너의 것.

신도 죄도 너의 것.

 

부끄러워하고 있다.

오로지 어여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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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의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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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러운 열매를

골라잡아

미학의 언어로 설명할 때

 

오렌지는

비유적인가

은유적인가

직관적인가

주관적인가

 

부끄러움은 오렌지다

아름다움은 오렌지다

청량함은 오렌지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