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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없음의 대명사 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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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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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하지? 백주에 만나니 어색하네. 백주라니, 책에서 튀어나온 단어 같잖아. 낮에 뜬 별처럼 부자연스러웠다. 어디에 박힐지 골몰하는 눈치였다. 훤한 대낮이라고 말하면 빤하다고 할 거면서. 둘 다 낮달처럼 스스러웠다.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여기가 그렇게 맛있대. 그런데 왜 사람이 없어? 지금 오후 2시야. 점심시간이 지났다고. 정신 차려! 점심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우리는 만난 것이다. 안쪽 테이블에서 한숨 돌리려다가 당황한 식당 직원이 보였다. 사장님!

 

 사장님이라고 부르면 다들 좋아해. 사장이면 사장이라서, 사장이 아니어도 언젠간 사장이 되고 싶을 거잖아. 덕담 같은 거지. 실은 내 꿈도 사장이야. 사장이 되려면 유명한 데를 많이 다녀야 해. 백주부터? 그럼, 낮에 맛있는 집이 밤에도 맛있으니까.

 

 '문전성시'라는 이름의 가게가 있었대. 음식이 맛있어서 이름처럼 북적였대. 역시 이름을 잘 지어야 해. 대체 무엇을 넣길래 이렇게 맛있을까 궁금한 사람이 거기에 취직한 거야. 문전성시에? 응. 비법을 캐내려고? 응. 비법은 글쎄, 넣는 게 아니라 빼는 거였대. 밤에 뜬 해처럼 양 볼이 붉었다.

 

 식당에는 사장 다섯 명과 우리 둘이 있었다. 이제 잔을 채워야지. 넘치면 일을 그르친다고! 넘기는 일을 가르친다고? 정신 차려! 이제 잔을 비워야지. 남기면 슬프다고! 남김없이 술을 푸자고? 정신 차려! 사장은 가만있고 우리끼리만 웃었다. 이 집 배추가 맛있네? 백주가?

 

 3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이에요. 가장 어려 보이는 사장이 와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브레이크를 거시네? 그 브레이크가 이 브레이크가 아닌 거 아시잖아요. 사장이 눈으로 말했다. 알 만한 사람이 실제로 아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제 잔을 내려놓아야지. 정신 차려! 우리는 사장 다섯 명을 남겨두고 밖으로 나왔다. 역시 비법은 넣는 게 아니라 빼는 거였다. 손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간이 구름처럼 흘러갔다. 저 표현을 가리켜 빤하다고 지적할 정신도 없었다. 걷다가 비행기구름을 보고 아이처럼 손뼉을 쳤다. 채우면서 비워지는 게 있었다. 밑 빠진 독이었다. 모래시계였다. 시간 앞에서는 밤낮없이 어색했다.

 

 이제 뭐 하지?

 백주 대로에 발작 같은 발자국이 찍히고 있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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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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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았다

일어선다

자기 나이만큼

 

굽히는 건 좋은 건가요

부러지면 안 되겠죠

 

힘이 드세요

아니요

힘이 들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