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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오늘 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 김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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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길 -꿈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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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벽화를 그린다 다른 누군가는 반대쪽에서 그린다 그는 어린시절의 나다 구름이 지나가면서 내 그림을 지운다 내 짚신이 반대쪽의 그림을 지운다 내가 다른 귀퉁이에서 그리기 시작하자 아이도 반대편에서 붓을 놀린다 거대한 바퀴, 윤회를 그리고 있단다 그제야 걸개그림은 원래 완성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벽이 허공에 붕 떠 있고 아래쪽을 보니 줄사다리가 까마득하게 펼쳐져 있다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끌어왔는가

눈뜰 수 없는 유년의 눈부신 물결인가

몇 줄 경전의 달콤함인가

야곱의 사다리는 말씀에 닿았는데

나는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올랐는가

세상은 모두 저 아래 호수에 잠들었는데

 

때론 수정처럼 맑은 얼음 기둥을 타고

아득한 공중에 발 딛고 서서

낚시를 하다가 그대로 얼어붙는 꿈

그때 누군가 내 꿈속에 들어와 울고 가는 꿈

 

젖은 베개에 누워 바라보는 어둑한 천장

여기가 어딘가

이게 정말 바닥인가

이렇게 둥둥 떠서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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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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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딘가

꿈속에야 천지가 다 검기만 해 도통 알 수가 없어

가만 서있었더니

머리 꼭대기서부터 전기가 찌릿찌릿

몸도 못 가누고 얼어있자니

얼마간

글쎄

일어나 보니 그게 벼락 꿈이라

로또 맞는다고

길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