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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아껴 먹는 슬픔 유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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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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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더 깊어진 것이 아니다

눈앞을 많이 치운 탓이다

 

밥그릇처럼 뒤집어도

다 쏟아지지 않는 저 짙푸른 늪같이

 

떨어지는 곳이 모두 바닥은 아니다

열린

바닥이 끝없이 새떼들을 솟아오르게 한다

 

티 없다는 말, 해맑다는 말!

가을엔 어쩔 수 없다는 말, 끝 모를 바닥이라는 말!

 

바닥을 친다는 것, 고통을 저렇게 높이 올려놓고

바닥을 친다는 것

그래서, 살찌고 자란다는 것!

 

당신이 내게 올 수도 있다는 것

변명은 더 이상 깊어지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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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좋아?

발가락이 귀여워서

 

내가 왜 좋아?

대화가 잘 통해서

 

내가 왜 좋아?

예술을 사랑해서

 

내가 왜 좋아?

아는 게 많아서

 

내가 왜 좋아?

향기로워서

 

내가 왜 좋아?

찌질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