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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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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더 깊어진 것이 아니다
눈앞을 많이 치운 탓이다
밥그릇처럼 뒤집어도
다 쏟아지지 않는 저 짙푸른 늪같이
떨어지는 곳이 모두 바닥은 아니다
열린
바닥이 끝없이 새떼들을 솟아오르게 한다
티 없다는 말, 해맑다는 말!
가을엔 어쩔 수 없다는 말, 끝 모를 바닥이라는 말!
바닥을 친다는 것, 고통을 저렇게 높이 올려놓고
바닥을 친다는 것
그래서, 살찌고 자란다는 것!
당신이 내게 올 수도 있다는 것
변명은 더 이상 깊어지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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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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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좋아?
발가락이 귀여워서
내가 왜 좋아?
대화가 잘 통해서
내가 왜 좋아?
예술을 사랑해서
내가 왜 좋아?
아는 게 많아서
내가 왜 좋아?
향기로워서
내가 왜 좋아?
찌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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