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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 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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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공을 두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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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두 발로 축구공을 차며

한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빨며 간다

나는 비어 있는 두 발로 빠르게 걸으며

아이의 공기를 빼앗아 먹는다

아이는 발에서 머리로 공을 가볍게 차올린다

헤딩을 하며 구름을 뜯어와서 먹는다

아이가 제 두 손으로 목을 비틀어 머리를 떼어낸다

머리를 툭툭 차며 간다

아이는 원색이다

몸을 동쪽으로 잔뜩 웅크린다

어느 곳으로나 접속하고 싶은 나도

아이가 두고 간 길과 공을 대신 차며 간다

아직도 권력과 지구는 공처럼 둥글고

골목에 담기는 모든 것들의 콘센트가 집이다

아이는 어느 집 앞에 멈추어 서더니

머리를 툭툭 털어 목에 다시 갖다 끼운다

돌아보는 아이의 얼굴에 구름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

하늘은 가로등을 핥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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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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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씩

들락날락

 

나도 모르게 찾아온

손님

 

마중 없이 차가운 물

한 대접하니

 

그새 눌러앉아

집안을 거덜 내는데

 

부른 적 없는데

누굴 찾아왔니

 

그야 만만한 놈

약해빠진 놈

정신머리에

빈자리가 많은 놈

 

그만

돌아가 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