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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신용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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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 가는 길,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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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에서 소사 가는 길, 잠시

신호에 걸려 버스가 멈췄을 때

 

건너 다방 유리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내 얼굴 속에서 손톱을 다듬는, 앳된 여자

머리 위엔 기원이 있고 그 위엔

 

한 줄 비행기 지나간 흔적

 

햇살이 비듬처럼 내리는 오후,

차창에도 다방 풍경이 비쳤을 터이니

 

나도 그녀의 얼굴 속에 앉아

마른 표정을 다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당신과 나는, 겹쳐져 있었다

 

머리 위로 바둑돌이 놓여지고 그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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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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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사람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

제목을 정하고 쓰는 사람

쓰고 나서 제목을 정하는 사람

쓰던 도중 제목을 정하는 사람

제목을 정하지 않는 사람

이름을 붙이는 일이

쓰는 일보다 어려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