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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낮은 수평선 김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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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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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아서 가장 잘하는 것은 멍청히 바라보는 일이다. 산이든 강이든 하늘이든, 하늘에 머물다 사라지는 먹장구름이든, 그저 보이는 대로 바라보는 일이다. 한밤중 홀로 (깨어) 수곡지에 낚시를 드리우고 찌를 바라다보듯 그렇게 바라보는 일이다. 무슨 새가 울고 무슨 꽃이 피고 질 때도 그 이름 같은 건 기억하지도 않고 그냥 무심히 바라보는 일이다.

 겨우내 땅속에 숨었던 생명들이 궁금해지면 봄비를 시켜 그 땅속 생명들을 불러내시는 하느님처럼 지난 기억들을 불러내어서는 마음벽에 걸어 놓고 또 그걸 한없이 바라보는 일이다. 아예 눈감고 누워 꾸벅꾸벅 졸듯이 바라보는 일이다.

 그러다 어느 날 어딘지 거기 눈앞을 가리는 것들 사이사이로 나를 바라보는 내가 보이기라도 하면, 두렵고 부끄러워 그만 돌아눕고 돌아눕고 돌아누워버리지만, 깊어가는 밤중의 별처럼 더 뚜렷해지는 내 삶의 그림자여. 그래도 자꾸만 끼어드는 보이는 것, 보이지 않으면서 보이는 것들까지도 멍청히 바라보기만 한 이 일 하나는 참 잘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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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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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것으로 내보이기에도 아닌 것 같고 꽉 채워 보내자니 그것도 좀 그렇고 그럼 무엇으로 채워야 그 마음 그대로 전해질까 미묘한 말의 투들을 다시금 뒤적거리며 예쁘고 보기 좋게 정돈해보고 그렇게 속살거리다 보면 언젠가 얻어걸리는 것 하나 낚시의 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