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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윤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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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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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를 만들고

팔찌를 만들고

반지를 만들었다

 

나무 그늘에 앉아 꿈을 말하는 것은

실로 구슬을 꿰면서 장식하는 일이다

그렇더라도, 꿈은 말이 아니다

꿈은 지금까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꿈을 말하는 것은 욕망이다

그러니,

꿈이 있고

말로 만든 꿈이 있다

말이 꿈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대부분 감춘다

말로 만든 꿈은

꿈과 다른

말로 만든 꿈이다

꿈은 어쩌다가 그냥 쏟아지는 구슬이다

꿰매지지 않을

앞으로도 꿰매지지 않을

예쁜, 또는 슬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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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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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잊는다

그들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아득한 저편에서

손 닿을 듯 잡히지 않는

나만 홀로 동떨어진

다른 차원의 피조물

켜켜이 층이 내린

공간 안의 또 다른

 

그곳의 내 방은 내 방이 아니다

그 여자도 내 여자가 아니다

어머니도 어머니가 아니다

때늦은 단상만이 찝찝하고 짭짜름하다

주인 잃은 욕망이 그럴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