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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서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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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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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고개 숙인 자의 표정을 알고 싶다

코를 땅에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어떤 찡그림을 발명했는지

 

그 찡그림을 펼치기 위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떠나야 한다

마른 헝겊으로 안경을 닦을 때

초조하게 뒤돌아볼 때

앞은 잠시 앗아갈 것이 많아지는 세계

 

새장은 모란앵무를 찾으러 떠났다

흔들의자가 돌아오지 않았던 것처럼

그림자만 남겨지는 실내악

 

예열된 오븐 밑을 기어가는 벌레를 볼 때

밤새 얼마나 번성하게 될 것인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로 시작하거나

이젠 얼마 없는 이야기

 

고개를 들면 모자라게 된다

뜨개질처럼 멀고 먼 생활의 과로사를 시작하게 된다

어딘가 다친 모과들을 닮아

향기를 먼저 내밀게 된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게 된다

 

고개 숙인 자가 거느리는 밤 속에서

감긴 눈을 일으킬 슬픔이 필요하므로

어제와 내일을 교환하는 오늘을 살게 되고

 

고개 숙인 자리로 벌레들이

실눈을 그으며 떠났다가 뒤집혀 죽는 일로 돌아온다

 

찡그린 자의 얼굴을 베껴 간 벌레의 배가

이 밤에 가장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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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찾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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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자의 표정이 그렇다

일그러진 미간 사이 고뇌가 피운다

 

도둑맞은 걸까

제 발로 떠난걸까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로 시작하거나

이젠 얼마 없는 이야기

 

고개를 들면 찾아야만 한다

 

고양이는 찾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

 

슬픔을 억지로 교환해 밤의 끝자락에 몸을 숨긴다

 

뒤늦게 되찾으려 찡그려봐도

설핏 새 나오는 웃음뿐이라

 

그러고 보니

벌레에게 팔았다

 

아마 그 뱃속에 찾아보면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