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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우울은 허밍 천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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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과 잎 사잇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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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것이 나무의 뜻이 아니어서

거리는 추상이다

 

잎과 잎 사이는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므로

추상은 고유하다

 

잎과 잎 사이는 울돌목의 파도가 지나가는 해협,

새 울음이 추상을 토악질한다

 

아무리 게워도 죽음은 추상이다

 

한 사람이 떠난 발자국과 발자국 사이가

잎과 잎 사이처럼 갈 수 없는 거리여서

거리는 죽음에 고유하다

 

잎과 잎 사이

조류가 거세어서 우는 소리로 들린다는 울돌목

그 해협을 가르며 새 한 마리 날아오른다

 

잎과 잎이 공허한 추상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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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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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삶과 삶 사이

죽음과 죽음 사이

떠난 이의 발걸음 사이

 

날아오르는 왜가리

추상은 고유하다네

왜가리는 추상이라네

 

고맙긴 한데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살고 있다네

 

창조는 천지가 아니라도

제작에 의미가 있다네

 

굳이 숨기지 않겠네

포이에시스는

그런 의미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