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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여름 외투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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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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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얘기가 있어 만난 저녁

 

잘 닫혀 있는 수저통의 뚜껑을

다시 닫고

엠보싱 티슈가 들어 있는 휴지 갑을 아까 자리로 밀어놓는다

귀퉁이가 녹은 플라스틱 컵의 갈색

 

물수건으로 손을 또 닦은 후

숟가락을 든다

한 번도

눈은 마주치지 않으며

 

밥을 다 먹고

지하철 반대 방향

각자의 길을 갈 때

기둥 너머 플랫폼

창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

어느 것도 바라보지 않는 시선

 

이런 시를 써왔을 때

누가 말했다

 

나에게도

똑같은 일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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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말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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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의 노을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바라본 저쪽 너머 하늘은

왠지 모를 애틋함

 

모든 사람이 같은 곳을

향해 가진 않는다

 

뚜껑 색은 똑같은데

찰랑찰랑 흐르는 오색 찬란 걸음들

 

내 눈에 담긴 그림을

다들 봐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