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3) 썸네일형 리스트형 후르츠 캔디 버스 박상수 - 후르츠 캔디 버스 - 당신과 버스에 오른다 텅 빈 버스의 출렁임을 따라 창은 열리고 3월의 벌써 익은 햇빛이 전해오던 구름의 모양, 바람의 온도 당신은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던 타인이어서 낯선 정류장의 문이 열릴 때마다 눈빛을 건네보지만 가로수와 가로수의 배웅 사이 내가 남기고 가는 건 닿지 않는 속삭임들뿐 하여 보았을까 한참 버스를 쫓아오다 공기 속으로 스며드는 하얀 꽃가루, 다음엔 오후 두시의 햇빛, 그사이에 잠깐 당신 한 번도 그리워해본 적 없는 당신 내 입술 밖으로 잠시 불러보는데 그때마다 버스는 자꾸만 흔들려 들썩이고 투둑투둑 아직 얼어 있던 땅속이 바퀴에 눌리고 이리저리 터져 물러지는 소리 무슨 힘일까 당신은 홀린 듯 닫힌 가방을 열고 오래 감추어둔 둥글고 단단한 캔디 상자를 꺼내네 내 손바.. 단 한 번의 사랑 최갑수 - 정기 구독 목록 - 나의 정기 구독 목록에는 늦은 밤 창가를 스치는 빗소리와 그 빗소리를 들으며 슬쩍슬쩍 읽어보는 윤동주 백석 박용래 같은 눈물을 닮은 이름 몇 자들 새벽녘 앞마당에 고여 있는 막 떠다놓은 찻물처럼 말갛기만 한 하늘 기다릴 필요 없어요, 바람난 애인이 또박또박 적어준 빛이 바랜 하늘색 편지 읍내에서 단 하나뿐인 중앙극장의 야릇하게 생긴 배우들 그 배우들이 슬픈 얼굴로 보여주는 화끈한 '오늘 푸로' 환절기마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사나흘간의 감기 그때마다 먹는 빨갛고 노란 알약들, 일요일 담에 널어 말리는 초록색 담요와 그 담요를 말고 자는 둥그스름한 낮잠 그 낮잠 위로 헬리콥터가 한 대 가끔 부르르르 저공비행을 하다가 돌아가기도 하고 내 낮잠도 부르르르 따라 흔들리기도 하고 낮잠에서 깨.. 한 문장 김언 - 나와 저것 - 나는 저것과 싸워야 한다. 문밖에 있는 저것과 싸워야 한다. 보이지 않는 저것과도 싸워야 한다. 내 발밑에 있는 이것과도 싸워야 하듯이 저것이 있다. 저것은 하나가 아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저것과 싸워야 한다. 저것은 문밖에 있다. 문밖에서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저것의 형상과 싸워야 한다. 저것의 자세와 기질과 알 수 없는 예정과 싸워야 한다. 저것은 문을 두드리고 들어온다. 저것은 문을 열어젖히면서 들어온다. 저것은 들어오지 않고서도 들어와서 있는 것처럼 있다. 저것은 저것대로 괴롭다. 저것은 저것대로 외롭다고 있다. 저것은 저것대로 사람이 아니다. 저것은 저것대로 할 말이 있다. 저것은 저것대로 답답한 저것을 견디고 있다. 저것은 저것대로 견디고 있는 저것을 나한테만 전가하지 .. 이전 1 ··· 20 21 22 23 24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