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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라이터 좀 빌립시다 이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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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복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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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를 사랑한다. 그건 복수보다 아름다운 일. 그림자는 하나의 전구 빛을 나누기 위해 스스로 흐려지면서, 하나의 꽃술에 매달린 꽃잎들처럼 분신한다. 빵조각을 나눌수록 배고픔은 깊어가지만, 굶주림에 대해 이야기 나눌 사람도 늘어난다. 퍼즐 같은 삶의 문법 안에 복수를 흩어뿌리기 할 때, 무의미가 의미를 가지치기할 때, 투명해지는 어깨들. 멜빵처럼 그 어깨에 두 팔 걸치고, 흘러내리지 않는 그림자가 될 때, 가지와 가지가 어긋매껴 만드는 그늘 아래 걸을 때,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하나둘 떨어져나간 꽃잎들이 퍼즐 조각으로 완성할 아름다운 복수들. 복수가 복수를 사랑해서 복수가 복수를 낳는, 그건 나무 더하기 나무는 숲보다 아름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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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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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숲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자라지도 못하고 꺾여버린 나무들 그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 그러나 또다시 나를 무릎 꿇게 하는 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왜 아직도 홀로 차가운 방 한구석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단절된 시절의 티없음과 맑음은 아픔을 비춰내기 딱 좋은 유리 거울이라 빛을 받으면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다 자라 숲이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떠난 이는 이미 닿을 수 없는 곳에 가닿아 먼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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