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허수경

(2)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허수경 - 내 손을 잡아줄래요? - 어느 날 보았습니다 먼 나라의 실험실에서 생의학자가 내가 가진 인간에 대한 기억을 쥐가 가진 쥐의 기억 안에 집어넣는 것을 나와 쥐는 이제 기억의 공동체입니다 하긴 쥐와 나는 같은 볕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았습니다 사랑을 할 때 어떤 손금으로 상대방을 안는지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생각했지요 쥐의 당신과 나의 당신은 어쩌면 같은 물음을 우리에게 던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손을 잡아줄래요? 피하지 말고 피하지 말고 그냥 아무 말 없이 잡아주시면 됩니다 쥐의 당신이 언젠가 떠났다가 불쑥 돌아와서는 먼대륙에서 거대한 목재처럼 번식하는 고사리에 대해서 말을 할 때 나의 당신은 시간이 사라져버린 그리고 재즈의 흐느낌만 남은 박물관에 대해서 말할지도 모릅니다 쥐의 당신이 이제 아무도 부르지 ..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허수경 - 난 존재를 안고 있는 허당이었어요 - 너는 중얼거렸다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차 소리가 났다 잎새들이 바깥에서 지고 있었다 너는 중얼거렸다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난 존재를 안고 있는 허당이었어요 단 한 번도 뿌리와 소통을 해보지 않은 나뭇잎 울 수도 없었다 울기에는 너무 낡은 정열이었다 뿌리에서 떠나 다시 뿌리를 덮어주는 나뭇잎 웃을 수도 없었다 웃기에는 너무 오랜 정열이었다 - 비슷한 울먹임을 껴안고 - 난 사랑을 했는데 우린 단 한 번도 이야길 나눈 적이 없었다 내가 웃으면 너도 웃었고 내가 울면 너도 울었고 한 사람의 사랑이 두 사람의 사랑보다 작은 건 아니잖아요 안아보고 싶었는데 우린 단 한 번도 이야길 나눈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