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삐걱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메롱메롱 은주 김점용 - 감자꽃 피는 길 - 내가 아직 너의 문간에 이르지 못했으니 이곳에서 그냥 밤을 새우고 말리라 오늘 하루 얼마나 걸었을까 지는 해의 부르튼 발바닥이 보여 문을 잠근 그대여 너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을 테지 이 길의 두근거림 가도 가도 계속되는 흰 꽃들의 속삭임 가만히 주저앉아 쓰다듬어보면 종일 햇볕이 데우지 않았어도 수많은 발길로 뜨거워진 길 긴 가뭄에도 땅속으로 뻗는 저 알알의 힘 너는 아직 모르고 있을 테지 간간이 한 줌의 굴욕 한 줌의 신산한 기억들도 흰 감자꽃 속에 널브러져 있지만 길을 따라 아름답게 늙어가는 사람들 너는 아직 손잡아보지 못했을 테지 문을 잠근 그대여 나는 아네 언젠가 내가 너의 문간에 이르렀을 때 너무 단단히는 잠그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삐걱거려주리라는 것을 끝끝내 열리지 않아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