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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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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째 먹는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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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째 먹을 수 있다는데도

사과 한입 깨물 때

의심과 불안이 먼저 씹힌다

 

주로 가까이서 그랬다

보이지도 않는 무엇이 묻었다는 건지

명랑한 말에도 자꾸 껍질이 생기고

솔직한 표정에도 독을 발라 읽곤 했다

 

그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전례가 그렇다는 거

사과가 생길 때부터 독이 함께 있었다는 얘기

 

이거 비밀인데,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목에 탁 걸리는

이런 말의 껍질도 있지만

 

중심이 밀고 나와 껍질이 되었다면

껍질이 사과를 완성한 셈인데

 

껍질에 묻어 있는 의심

 

이미 우리가 먹어온 달콤한 불안

알고 보면 의심도 안심의 한 방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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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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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침의 맛을 알아낸 양반

치우침 없는 난을 치다가

선의 끝에 묵직한 먹을 새기고

돌이킬 수 없어졌네

 

죄 돌이킬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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