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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시싸우기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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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말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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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는 왜 그렇게 말할까요
 
그렇게 말한 후에 그렇게 끝이었다죠
그 말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 길이 없으니
절대 겹치거나 포개놓을 수 없는 해일이었다지요
 
우리는 왜 그렇게 들어놓고도
그 말이 어떤 말인지를 알지 못해 애태울까요
 
왜 말은
마음에 남지 않으면
신체 부위 어디를 떠돌다
두고두고 딱지가 되려는 걸까요
왜 스스로에게 이토록 말을 베껴놓고는 뒤척이다
밤을 뒤집다 못해 스스로의 냄새나 오래 맡고 있는가요
 
잘게 씹어 뼈에 도달하게 하느라
말들은 그리도 억센가요
돌아볼 일을 만드느라 불러들이는 말인가요
 
대체 그 말들은 어찌어찌하여
내 속살에다
바늘과 실로 꿰매 붙여 남겨놓는단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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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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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왜 십수 년도 전에
내가 했던 말 있잖아
그거 사실 후회해
 
그때는 몰랐지
 
나한테 했던 말
너도 후회되지
 
말 안 해도 알아
 
그래도 우리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나중에 다시 만나면
우리는 눈으로 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