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규리

(2)
당신은 첫눈입니까 이규리 - 정말 부드럽다는 건 - 토마토를 구워보면 구울수록 더 부드러워져서는 눈물이 많아져요 구운 토마토를 당신에게 주고 싶어요 이후의 모습들은 저렇게 무른 모습이 좋겠어요 생각들이 뜨거워지고 제 소리를 제가 알지 못하고 당신은 가방을 메고 종일 먼 곳을 헤매니 구운 토마토를 먹으면 눈가가 붉어져서는 문득 오래전 잊고 있던 내용을 돌아다볼 듯해요 제 안의 독소를 빼내주시니 우리, 단단함에 대해 적을 것이 아니라 하염없이 무너지도록 힘쓸 일이 없도록 아침엔 토마토를 구워요 당신을 당신 바깥으로 놓아보아요 - 파도 - 검은 파도가 구름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하나가 아닌 여러 갈래로 맞닿아 부비적댔다 밀어내는 형상으로 짐작건대 파도가 이겼다 부서진 구름송이들이 촘촘히 파도 새 스며들었다 둘은 하나가 되었다 자 이제 ..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이규리 - 껍질째 먹는 사과 - 껍질째 먹을 수 있다는데도 사과 한입 깨물 때 의심과 불안이 먼저 씹힌다 주로 가까이서 그랬다 보이지도 않는 무엇이 묻었다는 건지 명랑한 말에도 자꾸 껍질이 생기고 솔직한 표정에도 독을 발라 읽곤 했다 그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전례가 그렇다는 거 사과가 생길 때부터 독이 함께 있었다는 얘기 이거 비밀인데,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목에 탁 걸리는 이런 말의 껍질도 있지만 중심이 밀고 나와 껍질이 되었다면 껍질이 사과를 완성한 셈인데 껍질에 묻어 있는 의심 이미 우리가 먹어온 달콤한 불안 알고 보면 의심도 안심의 한 방편이었을까 - 발견 - 지나침의 맛을 알아낸 양반 치우침 없는 난을 치다가 선의 끝에 묵직한 먹을 새기고 돌이킬 수 없어졌네 죄 돌이킬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