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세시의사자한마리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남진우 - 도서관 유령 - 모니터를 보던 경비원도 잠이 들었다 깊은 밤 인적 끊긴 도서관 비스듬히 채광창으로 스며든 달빛이 열람실 바닥에 두텁게 쌓인 먼지를 쓸고 지나갈 때 서가에 꽂힌 책들이 하나 둘 날개를 펴고 허공 속으로 날아오른다 들어봐, 사각사각 종이 씹는 소리 도서관 유령들이 차례로 책을 먹어치우는 소리야 서가와 서가 사이를 너울대며 천장에서 벽으로 문에서 기둥으로 미끄러져 내리며 텅 빈 낭하 저편 울려 퍼지는 목쉰 소리 이 책은 너무 맛이 없어 하지만 저 구절은 먹을 만하군 이 대목은 베낀 게 틀림없어 쉴 새 없이 투덜거리다가 때로 입맛도 다시며 밤새도록 다다를 수 없는 한 문장을 찾아 서가를 뒤지고 다니는 도서관 유령들 숱한 사람들이 남긴 숱한 흔적이 서서히 구겨지고 버려지고 바스라진다 가루가 된..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