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수평선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낮은 수평선 김형영 - 나의 시 정신 - 내가 살아서 가장 잘하는 것은 멍청히 바라보는 일이다. 산이든 강이든 하늘이든, 하늘에 머물다 사라지는 먹장구름이든, 그저 보이는 대로 바라보는 일이다. 한밤중 홀로 (깨어) 수곡지에 낚시를 드리우고 찌를 바라다보듯 그렇게 바라보는 일이다. 무슨 새가 울고 무슨 꽃이 피고 질 때도 그 이름 같은 건 기억하지도 않고 그냥 무심히 바라보는 일이다. 겨우내 땅속에 숨었던 생명들이 궁금해지면 봄비를 시켜 그 땅속 생명들을 불러내시는 하느님처럼 지난 기억들을 불러내어서는 마음벽에 걸어 놓고 또 그걸 한없이 바라보는 일이다. 아예 눈감고 누워 꾸벅꾸벅 졸듯이 바라보는 일이다. 그러다 어느 날 어딘지 거기 눈앞을 가리는 것들 사이사이로 나를 바라보는 내가 보이기라도 하면, 두렵고 부끄러워 그만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