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고요 (1) 썸네일형 리스트형 꽃의 고요 황동규 - 슈베르트를 깨뜨리다 - 책꽂이 옥탑에서 책들 앞에 촘촘히 서서 살다가 책 뒤질 때 와르르 방바닥에 내리꽂힌 CD들 아 슈베르트 얼굴이나 이름이 적힌 판들. 이 한세상 살며 그래도 마음에 새길 것은 슈베르트, 고흐와 함께 보낸 시간에 새겨진 무늬들이라 생각하며 여태 견뎌왔는데. 껍질만 깨지지 않고 혹 속까지 상한 놈은 없는가 며칠 동안 깨진 사연을 하나씩 들어본다. 아니, 사연마저 깨진 맑음이다. 이틀 만에 듣는 폴리니가 두드리는 마지막 소나타는 맑음이 소리의 물결을 군데군데 지워 몇 번이나 건너뛰며 간신히 흘러간다. 뛸 때마다 마음도 건너뛰려다 간신히 멈춘다. 슈베르트여, 몸 뒤척이지 말라. 가만히 둘러보면 인간은 기실 간신히 깨지지 않고 존재하는 어떤 것이다. 시방 같은 봄 저녁 황혼이 어둠에 막 .. 이전 1 다음